'그 나이에 무슨'이라는 말이 닫는 것

얼마 전, 배우고 싶은 것이 하나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악기일 수도 있고, 수영일 수도 있고, 새 언어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속에서 한참을 굴리다가 저녁 식탁에서 슬쩍 꺼냅니다. 돌아온 첫마디는 이렇습니다. "그 나이에 무슨." 악의는 없습니다. 웃자고 한 말이고, 말한 사람도 들은 사람도 같이 웃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거기서 끝납니다.

비슷한 장면은 어렵지 않게 더 떠올릴 수 있습니다. 연차가 제법 쌓인 직장인이 다른 직무를 해보고 싶다고 하자 "이제 와서?"라는 반문이 돌아오는 장면. 나이 드신 부모님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직접 해보겠다고 하시자 "제가 해드릴게요, 그냥 두세요" 하며 화면을 가져가는 장면. 모두 다정하고, 모두 평범하고, 모두 몇 초 만에 지나갑니다.

저도 이런 말들을 오래 별생각 없이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짧은 장면을 조금 다르게 보게 하는 시선 하나를 만났습니다.

능력에 대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사람다운 삶의 조건을 이렇게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실제로 해볼 자유가 열려 있느냐라고요. 돈이나 건강 같은 것들이 소중한 이유도 결국 그것이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시선으로 식탁의 장면을 다시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드러납니다. "그 나이에 무슨"은 겉으로는 능력에 대한 말처럼 들립니다. 나이가 들어서 안 될 거라는 이야기처럼요. 그런데 정작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확인해 보지 않았습니다. 배워 본 적도, 시도해 본 적도 없으니까요. 할 수 있느냐는 해본 다음에야 알 수 있는 일인데, 그 말은 언제나 해보기 전에 먼저 도착합니다. 그러니 그 말은 능력의 문제를 짚은 게 아닙니다. 해보기도 전에 닫혀버린 문, 그러니까 기회의 문제를 보여주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 말을 한 가족이 못된 사람인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인생의 시간표를 보고 자랐습니다. 몇 살에는 배우고, 몇 살에는 일하고, 몇 살부터는 정리한다는 식의 — 아무도 만들자고 합의한 적 없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시간표요. 그 시간표 어디에도 중간에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설 자리는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 나이에 무슨"은 한 사람의 의견이라기보다, 그 시간표가 사람의 입을 빌려 먼저 대답한 것에 가깝습니다.

같은 문장은 하루 곳곳에 있습니다

한번 이렇게 보고 나면, 같은 문장이 모양만 바꿔 곳곳에 놓여 있는 게 보입니다. 직장에서는 경력이 긴 사람이 낯선 분야에 손을 들면 "지금 그걸 왜"라는 시선이 먼저 옵니다. 학교에서는 진로를 일찍 정한 아이가 다른 과목을 기웃거리면 "한눈팔 때가 아니"라는 말이 옵니다. 병원이나 돌봄의 자리에서는, 나이 든 사람의 '하고 싶다'가 종종 '해드려야 한다'로 번역되곤 합니다.

방향은 제각각이지만 구조는 같습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는 대신, 시간표에 칸이 있는지를 먼저 보는 것. 그리고 칸이 없으면, 해보기도 전에 문이 닫히는 것. 닫히는 쪽도 닫는 쪽도, 대개는 문이 닫혔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요.

더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마사 누스바움의 『역량의 창조』(2011)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누스바움은 이 책에서, 한 사회가 살 만한 곳인지는 평균 소득 같은 숫자가 아니라 그 안의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해볼 수 있는지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국가와 제도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읽다 보면 자꾸 식탁과 사무실 같은 작은 자리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문이 닫히는 곳은 대개 그렇게 작은 자리니까요.

저도 어제까지는 "그 나이에 무슨"을 농담으로 듣고 같이 웃는 쪽이었습니다. 그 말로 무언가 닫힌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다시 보고 나니, 웃으면서 접어둔 것이 능력이 아니라 기회였다는 것, 그리고 그 기회를 접게 한 것이 누군가의 악의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물려받은 시간표였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하루, 스스로에게든 곁의 누군가에게든 "이 나이에 무슨" 비슷한 문장이 지나가거든 잠깐만 멈춰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문장이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요. 그 사람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물려받은 시간표인지. 그 차이가 보이는 순간, 닫히려던 문 하나가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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