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는 매일 깨끗했습니다

아침에 건물에 들어서면 복도가 먼저 맞아 줍니다. 어제 저녁 누군가 흘리고 간 흔적도, 밤사이 쌓였을 먼지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 깨끗함을 아무 생각 없이 밟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꽤 이상한 일입니다. 복도가 저절로 깨끗해지는 건물은 세상에 없으니까요.

건물 청소 일을 오래 하신 어느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람들과 마주치는데, 사람으로 인사를 받아 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요. 눈이 마주쳐도 시선은 대개 그분을 통과해 지나간답니다. 벽이나 소화전 앞을 지날 때처럼요.

비슷한 자리는 곳곳에 있습니다. 새벽마다 문 앞에 놓여 있는 상자, 언제나 정돈되어 있는 탕비실, 밤새 비워져 있는 분리수거장. 결과는 매일 만나는데, 그 결과를 만든 사람과 마주친 기억은 잘 없습니다.

결과만 남고 사람은 지워질 때

여기서 잠깐, 이 장면을 다른 자리에서 한번 봐보고 싶습니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사람을 한낱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도 대하라고 말했습니다. 문장이 딱딱하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누군가의 일손에 기대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일에 기대어 삽니다. 문제는 '만'이라는 한 글자입니다. 그 사람이 내놓은 결과만 쓰고 그 사람 자체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질 때,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기능으로 그 자리에 있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번 더 멈추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누가 못되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복도를 지나치던 사람들 하나하나가 차가웠던 게 아닙니다. 애초에 자리가 그렇게 짜여 있습니다. 청소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시간에 하도록 배치되고, 관리 장부에는 '깨끗한 복도'라는 결과만 오를 뿐 그 복도를 만든 사람의 이름이 들어갈 칸은 없습니다. 건물이 매끄럽게 돌아갈수록 일하는 사람은 더 보이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매일 본 것은 어쩌면 깨끗한 복도가 아니라, 사람이 지워진 자리였는지도 모릅니다. 인사가 왜 그렇게 큰일인지도 여기서 드러납니다. 인사는 예절 항목이기 이전에, 지워진 사람을 다시 사람의 자리로 불러오는 가장 짧은 말이니까요.

같은 시선이 닿는 다른 자리들

이 시선을 들고 하루를 걸어 보면 비슷한 장면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제가 풀리면 우리는 인사도 흐리게 전화를 끊습니다. 통화가 끝난 순간 그분은 '처리 창구'에서 사람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쪽 전화는 이미 끊겨 있습니다.

집 안에도 있습니다. 매일 차려지는 밥상을 먹으면서 그 밥상을 차린 사람의 하루는 묻지 않고 지나가는 저녁이 있습니다. 병원 복도에서 침대를 밀고 가는 이송 직원분들, 수업이 끝난 교실을 정리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이 잘되어 있을수록, 그 일을 한 사람은 풍경 쪽으로 한 걸음 물러나 있습니다.

이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칸트의 이 생각은 『도덕형이상학 정초』(1785)라는 얇은 책에 담겨 있습니다. 칸트는 이 책에서 값을 매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합니다. 물건에는 가격이 있어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지만, 사람에게는 가격 대신 존엄이 있어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고요. 그래서 사람을 한낱 수단으로만 대하는 일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존재를 물건의 자리에 앉히는 일이 됩니다. 이백 년도 더 된 책이지만, 오늘 아침의 복도를 이만큼 정확히 비추는 문장도 드뭅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이 글을 쓰다가 저희 건물을 청소해 주시는 분의 얼굴을 떠올려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수백 번은 마주쳤을 텐데요. 그 빈자리가 이 장면 전체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내일 아침, 우리의 하루는 몇 사람의 손을 지나서 도착할까요. 그리고 그중에, 얼굴이 떠오르는 분은 몇 분이나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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